마감 택시록

4월 8일 택시

Melodybae 2024. 4. 9. 23:46

2시 30분. 중요한 것만 마무리하고 가는 시간이 이 시간이다. 기다리는 해외 트위터 내용이 있어 오늘은 빼박 3시까지는 못 잘 예정이다. 중요한 것만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택시를 잡은 순간 이 일의 종착지 같은 곳으로 메일을 보내라는 지시가 왔다. 보지도 않고 지시한 게 분명하다. 그런데 뭐 보내라니까 보내야지 하는 마음인데 이미 회사를 나왔다.

집에 가서 다시 컴퓨터를 켜고 싶지 않아 택시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제발 계획대로 내일 모든 일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일을 썼다. 최고 책임자는 쳐 자느라 안 볼게 뻔하지만 하루빨리 손을 털고 싶은 마음에 택시에서 오늘의 마지막 업무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냥 닫기 아까워 마감 택시록을 쓰는데, 기사님이 백미러로 힐끔힐끔 나를 본다. 불쌍하게 쳐다보시는 거 같다. 어쩌면 누가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 생각하는 내 마음 일지도.

화나거나 지친 상태로 야근을 하고 나올 때마다 회사 캔틴에서 음료를 잔뜩 훔쳐 나온다.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한 하루에 대한 보상 심리랄까. 기사님한테 내리면 훔친 이온 음료 하나 드리고 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