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택시
실화인가. 지난 전사 휴무에 쉬지 못했던 휴가를 10일 정도 쓰고 어제 복귀했다. 그리고 오늘 야근을 하고 나와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야근을 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할 줄은 사실 몰라서 어이없어 웃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원래 이런 곳이었지.
우회전만 하면 되는 택시가 잡혔다. 콜을 잡으시는 찰나에 골목을 지나치셨나보다. 1km 가까이를 돌아와야 해서 기다려 달라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11시 8분. 아직까지는 괜찮다. '오늘'안에 집에 들어갈 수 있다. 마음 좋은 기다림의 덕분일까. 고급 전기차 그렌저가 등장했다. 깔끔하고 좋은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은데.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택시에 올랐다.
택시록에 새로운 이야기를 적을 건 없지만 '오늘 하루를 평온하게 마무리 하겠다'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쏠렸다. 가운데 둔 가방은 앞 좌석으로 튀어 나갔고, 조수석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박았다. 정강이는 팔걸이에 부딪혔다. 어느 차선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는 차가 갑자기 등장했다. "어우씌"
보통의 기사님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창문을 열고 그 차를 따라가며 욕을 하기 바쁘다. 하지만 14일 마감 택시 기사님은 나를 먼저 챙기셨다. 속도를 줄이며 갓길로 차를 몰아가셨고 내가 괜찮은지 불을 켜고 살피셨다. 기사님은 악과 분노에 받쳐 따라가 욕하며 보복운전을 하며 동승한 손님에게 자신이 정당성을 이해받고자 하는 것이 아닌 함께한 사람의 건강과 안녕을 챙기는 선한 마음을 택하셨다.
선한 마음.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마음. 내가 회사를 다니며 가장 크게 잃은 마음. 가장 찾고 싶은 마음. 다시 찾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을 다시금 보여준 마감 택시 기사님이었다. 휴가를 즐기며 이런저런 마음을 많이 먹었는데...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마감 기사님 덕분에 조금 더 확실해졌을지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선한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람이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고 돌려줄 수 있는 선한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 오늘의 마감 택시 기사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