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곡, 코노리스트

48470,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 에일리

Melodybae 2024. 9. 23. 17:33

'첫눈'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마음이 다를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첫사랑의 설렘, 어떤 사람에게는 어릴 적 추억, 어떤 사람에게는 시련의 아픔.  나에게 '첫눈'은 에일리다. 내가 맞은 어떤 첫눈보다 노래방에서 만난 첫눈이 강렬했다. 드라마 '도깨비'를 수도 없이 봤지만 들리지 않던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지만 나의 뇌리에 박힌 건 친구가 노래방에서 처음 불러줬을 때다.

고등학교 친구 윤과 노래방을 가는 이유는 서로 다른 곳에서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연습을 하러 간다. 서로 듣기만 하던 노래를 찾아 연습을 하고, 서로가 부른 노래 중 나에게 어울릴 것 같은 노래를 훔치고, 박자가 틀려도 음정이 틀려도 서로 다음 곡을 찾기에 바빠 눈치 보지 않는다.

윤의 연습 리스트에 훔친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의 가사처럼 '노래를 품기 전 알지 못했지만' 나의 18번이 되었고 윤은 품지 못한 노래가 되었다. 처음 윤의 목소리로 불려진 이 노래를 듣고 '욕심이 생겼다'. 나의 낮은 목소리에도 잘 어울리고 높지 않은 음정으로 목을 적당히 풀다가 후반부에 한 번 올라가는 고음. 잘 모르는 사람과도 노래방을 가서 적당히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기 좋은 곡이라 생각해 연습했다.

이 곡을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포인트는 바로 아련한 척이다. 진짜 이별한 듯한 아련한 척. 그러다 너무 감정을 이입하게 되면 떠오르는 나의 지나간 연애들. 아마 '도깨비'의 사랑과 이별이 학습되서가 아닐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제목처럼 첫눈처럼 언제 왔는지 모르게 마음에 내리지만, 언제나 이별은 한 겨울에 롱패딩을 뚫고 들어오는 칼바람처럼 온다.

언제나 시작은  '너와 함께 살고 늙어가 주름진 손을 맞잡고 내 삶은 따뜻했었다고' 말하는 '단 한 번의 축복'이 될 것을 기대하지만 결혼까지 가지 못한 숱한 연애들은 '그 짧은 마주침이 지나 빗물처럼' 눈물을 남긴다. 최근 연애를 다시 시작했다. 어쩌면 햇살처럼 새로운 그 사람이 내린 거겠지. 이번 연애는 다른 여느 연애와는 달리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갈팡질팡하던 시기를 지나고 이제 서로의 언어와 표현을 조금은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숨결로 닿은 사람, 겁 없이 나를 불러준 사랑'인 그 사람 보다 나는 많이 불안해하며 앞선 연애들의 아픈 추억을 빗대어 못된 말을 쏟아 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다를 거라 웃어 주는 그 사람에게 이제 내가 첫눈처럼 갈 차례인 것 같다.

이제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노래만 하지 말고 진짜 갈 수 있도록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자. '우리가 가장 행복할 그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