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
'오 마이 베이비'는 비혼, 출산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시작했다. 거기다 작품 잘 보기로 소문난 장나라의 원탑 작품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다. 첫 회는 장나라의 톡톡 튀는 연기력과 동안 미모, 빠른 전개로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민감한 소재인 만큼 비난의 댓글도 많았다. 정자를 사려는 여자, 아빠 없이 자랄 아이의 입장, 자신의 꿈을 위해 아기를 낳으려는 여자, 정자를 사려는 것 외에도 주변 남자들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으려는 태도까지 욕할 게 풍성한 드라마.
그래도 나는 이 드라마가 재밌다. 지금까지 오 마이 베이비를 보고 있는 사람은 아마 재밌다는 포인트를 찾았을 것이다. 장하리는 단순히 자기를 위해, 아기를 가지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해 준 엄마를 보고 엄마가 되고 싶었고, 제약 없는 사랑을 할 준비가 됐고, 하고 싶었다. 이런 캐릭터의 감정을 절대 초반에 풀지 않았다. 왜 그렇게 풀어내는지도 사실 재밌게 본 나조차도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다.
장하리 주변 3명의 남자들이 하리에게 빠져가는 과정을 하나씩 따로 풀어 주려다 보니 그런걸 안다. 자극적인 소재가 시청자를 잡으리라 생각했나보다. 그래서 좀 더 아쉽다. 캐릭터와 사건의 서사가 중요한 드라마인데 스토리에 뒤에 편중된 게. 세계관과 서사가 뒤에 풀리는 드라마의 특징은 그 재밌는 내용이 풀릴 때는 이미 시청자는 없다.
이 드라마가 재밌는 또 다른 이유는 배우와 감독들 때문이다. 장나라는 이런 로코 캐릭터에 두말할 것 없이 자기가 잘하는 걸 보여주면 된다. 의외는 고준과 박병은. 각 잡고 무서운, 강한 캐릭터만 하던 두 배우가 부드러워지고 망가져주니 이루 말할 것 없이 재밌다. 이렇게 로코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 생각이 든다. 남기훈 감독님도 그렇다. 보이스, 레버리지, 터널 같은 장르물로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오 마이 베이비'에도 장르물 연출을 찾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누군가 따라 온다거나, 긴장감 넘치는 카메라 워킹과 배경음이라던지 로코에서 잘 볼 수 없는 연출이라 재밌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