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드라마 같은 금요일

Melodybae 2024. 11. 27. 23:32

금요일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냐, 무겁냐는 칼퇴를 하고 불금을 즐길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있다. 일주일 업무를 적당히 마무리하고, 다음주 할 일들을 사부작사부작 준비해 놓을 수 있는 정도의 금요일이라면 베스트. 뭐가 좀 많지만 숨 안 쉬고 일하며 퇴근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금요일이라면 쏘쏘. 하지만 금요일에 외근, 외부 행사가 있다...?? 하면 출근길부터 발걸음이 무겁다.

한 마디로 그냥 다 포기하는 금요일이 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다 포기하는 금요일. 강남 스튜디오에서 시작해 상암 제작발표회로 넘어가야하는 힘들고 고된 일정이 있는 날. 이동거리가 상당한데,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보통 아티스트의 차를 타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끔 스태프가 많으면 홍보팀 나부랭이는 택시를 타고 넘어가야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지. 오늘이 하필 또 바로 그날이기도 했다.

스튜디오 콘텐츠 녹화가 끝나자마자 상암 CJ E&M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잡혀서, 아티스트보다 빨리 혹은 비슷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예약 택시가 내 앞에 섰고, 재빠르게 탑승해 출발했다.

"아저씨 상암 카톡 택시 맞으시죠?"
"네~"
"그럼 출발할게요~"

이렇게 출발한 '나의' 카톡 택시는 10미터도 이동하지 못한 채 택시 앞으로 튀어 나와 격하게 손을 흔들던 사람들에 의해 출발을 저지당했다. 나의 택시 앞에서 격하게 손을 흔들고 있던 사람들은 좀 전까지 나와 스튜디오에 있던 CJ 마케팅팀 직원 분들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든 생각... '태워 달라고 하시는 건가…? 뭐 같은 방향이니까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에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그분들의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같은 목적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택시. '내가 택시를 날치기했구나'. 그러고 급하게 앱 속 나의 택시는 여전히 나에게 달려오는 중이었다. 지도를 축소해야 보이는 거리에서 7분 후 도착을 깜빡이며 더디게 움직이고 있었다. 교통이 아주 헬인 논현-신사 구간에서 걸리는 실 소요시간. 운전을 잘하는 매니저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내가 아티스트보다 늦게 도착한다는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마디로 '망했다'

순간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철판 깔고 그냥 같이 좀 태워 달라고 할까?' 그렇게 택시 뒷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죄송하다며 말씀드리고 택시를 돌려 드리던 순간, 뒷 차 운전자의 시끄러운 클락션 소리와 험한 욕에 모두가 당황했고, CJ 직원분들은 나를 그대로 돌려 택시에 제일 먼저 태워 주셨다. 할렐루야. 누군가의 욕이 불쌍한 한 직장인을 살릴 수 도 있구나.

그렇게 끼어 탄 택시는 상암으로 출발했다.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웃긴 상황이라는 걸 직감한 기사 아저씨는 해명을 요청했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는 그저 웃기만 하셨다. 이런 어이없고 황당한 에피소드에 웃으며 감사를 전하고 있던 것도 찰나. 가장 막내 마케터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선배님 저 핸드폰 놓고 온 것 같아요...”

웃고 떠들던 분위기는 한 순간에 얼어붙었고, 잘 찾아보라고 이야기하며 선배가 막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진동은 울리지 않았다. 이미 택시는 올림픽대로를 탔고, 스튜디오에는 더 이상 CJ분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가 얼어붙은 정적.

잔머리에 최적화 된 나의 두뇌는 아직 현장에 남아있을 우리 매니저를 떠올렸다. 급하게 매니저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주 단시간 내에 막내 마케터의 휴대폰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몇 개의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왔는지. 모두가 어이없어 웃었고, 서로에게 고마워 웃었다. 드라마 홍보 때문에 만난, 드라마 홍보하는 사람들이, 드라마 같은 상황을 겪은 하루.

모든 걸 포기하고 시작한 금요일인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금요일이 됐다. 만나서 목례를 하던 얕은 사이에서 함께 공유할 에피소드가 생간 동료를 얻은 요일이 됐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도 하지만 드라마 같기도 하다. 아티스트 차에 자리가 있었다면, 택시를 날치기하지 않았다면, 택시를 뺏기고도 망연자실 쳐다보고만 있었다면, 뒷 차가 쌍욕을 하지 않았다면, 그중 한 분과 일말의 친분이 없었다면. 이 중 어떤 하나의 상황이라도 없었다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

뭐 하나라도 없었다면 좋은 분들을 못 만났을 것 같아 아찔하네요.
드라마 끝나는 것도 기쁜데 더 즐거운 약속이 있어 좋네요ㅎㅎ
파트장님도 굿밤, 굿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