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택시록

3월 24일 택시

Melodybae 2024. 3. 25. 01:14

결전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컨디션을 위해 오늘 들어가야겠다 생각돼 1층으로 향하며 택시를 잡았다. 11시 55분. 3분 거리의 택시가 잡혔다. ‘오늘 안에 택시를 타고 싶은데....’ 모두 비슷한 거리의 택시가 잡혔다. 한참 떠들고 있는데 한 대의 택시가 도착했다. 11시 58분. 가장 먼저 도착한 카카오 택시. ‘내 마감 택시면 좋겠다’ 생각했다. I’m a Lucky Girl, 내 택시다.

동료들과 인사를 하며 나가는 사이 기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받으려 할 때 전화가 끊겼다. 아마 내가 나오는 것을 보신 것 같다. 굉장한 센스다. 타기 전 택시를 확인하기 위해 앱을 보니 기사님의 사진과 이름이 굉장히 젊은 기사님이었다. 신선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택시를 탔는데, 브라운 카시트와는 또 다른 신선한 풍경이었다.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돼 있었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 젊은 기사님이라 이래저래 안 좋은 일이 많았나 보다 생각 됐다.


목적지를 확인하고 출발한 기사님은 아무 이야기 없이 음악만 계속 틀어놨다. 마감 택시를 타면서 들은 노래 중에 가장 익숙한 멜로디. 소이 말하는 요즘 노래였다. 같은 시대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야근을 하는 또래라 측은했다. 집 근처 유독 많은 골목.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좌회전 타이밍을 놓쳐 후진하거나 돌아가는 골목. 오늘 마감 택시 기사님은 한 번에 잘 찾아갔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젊은 사람의 총명함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음악이 깔린 택시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젊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안 좋은 일이 많으면 이렇게 보호막을 설치했을까? 꿈이 택시기사는 아니었을 텐데, 어쩌다가 택시를 몰게 됐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시간에 야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나, 보호막을 설치한 기사님이나 청년들 참 힘들게 살아가는 세상이라 생각됐다.

기사님의 등에 되고 위로와 안녕을 빌었다.
어쩌면 나를 향한 안녕과 위로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