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사실 화요일은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는 한 미국 시차에 일하는 날이라 무조건 야근이라고 보면 된다. 10시 20분. 그래도 비교적 일찍 마치고 마감 택시를 잡았다. 지난주 데자뷔인가. 우회전만 하면 되는 곳에서 서 있는 택시가 잡혔지만, 오늘 마감 택시 기사님도 우회전을 못하고 지나쳐 1km 돌아와야 하는 방향으로 직진하신 것이 GPS에 찍혔다. 기다릴까, 계신 곳까지 갈까 하나 고민하던 찰나 진동이 울렸다. 마감 택시 기사님이다.
"손님 너무 죄송해요. 제가 놓쳐서 돌아 가야하는데..."
"그냥 제가 기사님 계신 곳으로 갈게요"
"그러실래요?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조금 거리가 있지만 기사님이 계신 곳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지금 계신 곳으로 갈게요" 정말 낭만적으로 멋진 말이다. 누군가 나한테 이런 말 해주면 그냥 넘어가겠다 싶었다. 내가 어디 있든 내가 무엇을 하든 "네가 있는 곳으로 가줄게" 생각만 해도 든든해진다. 그래서인가? 가방이 무거운데도 괜스레 발걸음은 가벼웠다.
골목을 꺾어 큰길로 나서니 마감 택시가 보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음. 다르게 표현하자면 트렁크에 달린 헤드라이트가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눈치를 보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후진을 하고 있는 나의 마감택시. 손님이 조금이라도 가까이 타라고 빨간색 깜빡이를 켜고 조금씩 엉덩이를 흔들며 뒤로 오는 마감 택시의 작은 배려가 담긴 뒤꽁무니가 귀여워 힘차게 인사했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집까지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