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퇴근이라 부를 수 있는 11시 15분. 먼저 내려와 택시를 기다렸다. 멀리서 초록불이 켜진 ‘예약’ 택시. 프로젝트가 끝나가는 나에게 다가오는 그린 라이트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달리는 중 소리가 들렸다. 띠띠띠띠띠. 과속 단속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라는 내비게이션의 신호였다. 이전 마감 택시들보다 빠르게 달리지도 않았는데... ’이 구간에 과속 단속 구간이 있었나?‘ 처음 인지하는 소리였다.
적정 속도가 되기까지 계속 울리는 이 소리. 띠, 띠, 띠, 띠. 계속 울리는 경고음이 마치 내 삶의 울리는 경고음 같았다. 퇴사를 결심했다가, 좀 더 해볼까 하는 마음에 퇴사를 물렸다. 그러다 다시 반복된 미친 컨펌, 책임지기 싫어 우기고만 있는 한심한 직책자, 에티튜드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계열사, 자존감을 바닥으로 치닫게 만드는 가스라이팅 속에 다시 한번 퇴사를 고민하는 이 시기에 울리는 경고음. 아니, 어쩌면 이미 빨간불이 켜져 박살 나기 직전의 울리는 마지막 경고음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