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노리스트는 언제 마지막으로 불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 노래다. 2003년 시트콤 ‘논스톱 4’에서 한예슬이 부른 ‘그댄 달라요’. MP3로 노래를 듣고 브라운관 TV로 보던 '논스톱'의 OST. 나도 대학생이 되면 논스톱 같이 같은 학교 친구들과 하숙을 하고, 같이 하숙하는 친구들과 밤마다 거실에 모여 놀고 연애도 하겠지라는 로망으로.
하지만 로망은 로망이다. 시트콤은 종영 후 언제 인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졌고, 새로운 노래가 무수히 나오며 256MB의 한정적인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그댄 달라요'도 아웃. 대학교에 갔지만 하숙이 없어진 요즘 시대에 맞춰 사촌과 함께 자취를 했고, 논스톱처럼 남사친과 여사친이 어울려 노는 대학생활을 꿈꿨지만 여대를 갔다. 그렇게 학창 시절 재밌게 봤던 논스톱은 점점 내 기억 속에 희미해졌다.
코노에서 다시 13327을 누른 이유는 함께간 동년배를 살아온 친구들 때문이다. 기괴한 자세로 발라드만 부르는 H가 논스톱 4 OST '처음 보는 나'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청민이 '고백을 앞두고'를 불렀다. 대망의 나의 차례 흐름을 끊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댄 달라요'를 불렀다. 20년 만에 들어본 멜로디는 중학교 때 쓰던 분홍색 아이리버 MP3와 논스톱을 보고 친구들과 떠들던 교실을 떠올리며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 가사를 내뱉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게 있다지만 노래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어렸을 때는 그저 자주 듣던 좋은 곡, 따라 부를 수 있는 곡, 재밌게 봤던 드라마 OST라고 생각했는데 서른 살이 넘어 부르는 이 곡은 애틋한 사랑 노래였다. '그댄 달라요'는 태진미디어에 언제나 13327로 자리 잡고 있었고 마이크를 들고 있는 나도 여전히 나다. 바뀐 게 있다면 13327을 누르는 내가 10대에서 30대가 됐다는 거. 풋사랑도 못해본 10대와 여러 사랑의 실패를 겪은 30대.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감정과 깊이의 차이가 다른 게 연륜...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웃프다.
정말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속도와 표현이 달라서 생기는 일명 '썸'의 과정을 담은 곡. 어쩌면 모든 연인이 겪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며 최근 김남친과 티격태격하던 일들도 떠 올랐다. 다름과 틀림은 엄연히 다르다는 진리는 수많은 연애의 실패를 통해 이미 배웠다. 그래서 우리는 다름을 인정해 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싸움이 아니라 티격태격이란 표현을 쓴 이유도 서로가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함께 하는 이유는 노랫말처럼 '비교할 수 없는 사랑, 설렘. 바로 그대'니까. 이런 모든 과정이 누군가에는 '너무 빠르고' '너무 다르고' 하더라도 함께 하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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