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이 들어본 곡. 부모님 세대의 곡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원곡 가수가 누구인지 조차 몰랐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 노래를 들어본 모두는 안다. “99년 1월 31일” 때문일까? 99년에 이 노래가 나왔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하지만 신효범이라는 가수의 원곡은 2006년에 발매됐다. 솔직히 적잖은 충격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2006년 빅뱅이 한창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한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2020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전미도의 목소리를 타고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가사와 딱 맞는 율제병원 99즈의 스토리도 한 몫했지. 극 중에서는 음치로 나오는 채송하 교수지만 실제로는 뮤지컬 어워즈에서 몇 차례 수상한 대배우 전미도. 전미도가 너무나 편하게 부르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드라마 BGM으로 깔리는 노래를 들으며 이 정도는 조금만 연습하며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간 코노에서 처음으로 62803을 눌렀다. 코노를 좀 다녀본 사람은 안다. 부르기 위해 늘 듣던 음악에서 갖은 스트링이 사라지고, 멜로디가 옅어져서 비트와 코드로만 들어가야 하는 곡이 흘러 나올때 직감한다. '아 쉽지 않겠다'. 이 곡이 딱 그랬다. 생각보다 어려운 박자감, 단조로워지고 작아진 멜로디. 미용실에서 원하는 머리를 보여주면 돌아오는 '손님 이건 고데기고요'라는 피드백같이 노래방 기계가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손님이 들은 건 전미도고요"
불러봐야 안다, 부딪혀 봐야 안다는 생각에 자꾸 놓치는 엇박과 멜로디 피치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불렀다. 쉽지 않은 곡이지만 완곡했을 때 쾌감과 함께 '조금 불러보면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스멀스멀 들었다. 간만에 꼭 예쁘게 잘 부르고 싶다 생각도 했다.
처음 노래해봤으면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고민해 보면 남자친구에게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한편에 생겼기 때문 아닐까. 따뜻한 가사를 들을 때마다 어쩌면 김남친을 떠올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변덕이 심하고 마음에 따라 들쭉날쭉 하는 나를 언제나 기다려주는 그는 연애를 하기 전부터 습관 같은 내 전화와 카톡을 따스히 받아 줬다. 못된 말로 툭툭 건드리는 모든 표현을 귀엽다 이야기하며 기다려줬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이런 시간들 덕분일까.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래된 커플 같은 편안함과 재미가 있었다. 남친도 그렇게 느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편안한 사이만 되는 건 싫다고 못되게 굴기도 했다. 그때도 남자 친구는 여전히 나를 기다려 주었고 지금도 늘 그랬듯 못난 나의 투정과 눈물도 따스히 감사 주고 있다. 정말 가사에 나오는 친구처럼 연인처럼. 그래서 이 노래를 더 불러주고 싶나 보다.
코노를 나오고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알게 됐다.
나도 그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42596, 흰수염고래 (2) | 2024.11.24 |
---|---|
13327, 그댄 달라요 - 한예슬 (2) | 2024.11.22 |
85896,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 (여자)아이들 (3) | 2024.11.15 |
48470,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 에일리 (4) | 2024.09.23 |
82606,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정은지 (2) | 2024.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