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으로 시작된 금요일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에게는 늘 도시에서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났다. 매번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비슷한 냄새. 친가에서는 여자라고 못생긴 과일만 주는데, 외가에서는 언니, 오빠 제쳐두고 나에게만 몰래 군밤 하나 더 쥐여주는 외할아버지가 계셨다. 가까이 올 때마다 할아버지 손에서 나던 향. 그때는 무슨 냄새인지도 모르겠는 시골 냄새가 왜 싫었는지 모르겠다. 외갓집에만 가면 나던 그 냄새. 지금은 맡고 싶어도 못 맡은 할아버지의 체취. 지금 생각해 보면 흙냄새였던 것 같다.흙으로 지어진 집에 아궁이 불을 때며 더욱 짙어지는 냄새. 밭을 매고 오셔서 거름에 섞인 흙냄새, 나무를 하고 오셔서 풀 냄새가 섞인 흙냄새. 어떤 냄새가 할아버지를 둘러쌓고 있어도 할아버지의 냄새는 변하지 않았다. 늘 흙 내..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2025. 4. 18.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