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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0일 택시

마감 택시록

by Melodybae 2024. 3. 3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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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월 20일 택시를 탄지 며칠 지난 후의 기록이다. 데뷔 위해 달려가는 마지막 주. 가장 바쁜 주. 사진을 정리하다가 알았다. 쓰지 않은 택시 기록이 있다는 것을. 사진을 보자마자 그날의 택시에서 느낀 감정이 선명하게 기억났다. 뒷자석에서 찍은 초록 불빛들.

 

운전을 하다보면 도심에서는 달릴 수 있는 속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처음 어떤 신호를 받느냐에 따라 스피드가 달라진다. 빨간 불을 받으면 계속 빨간불. 초록불이면 신호에 걸리지 않고 쭉- 달려나간다. 마감 택시를 타면 회사에서 집까지 보통 25분이 걸린다. 20일의 마감 택시는 체감상 다른 마감 택시보다 빨랐다. 조수석 쪽으로 전방을 보니 초록불이 쭉쭉 켜진 신호등이 보였다.

 

 

'아! 오늘 줄줄이 초록불이다. 부럽다.' 초록불이 뭐라고 그렇게 부러웠을까. 데뷔를 준비하며 생기는 이런저런 일 들이 빨간불이라고 느껴져서 였을까. 다음 스텝에 대한 준비를 해야하는 데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내 인생이 빨간불이라고 느껴져서 일까. 작은 틈새로 켜져 있는 초록불만 보며 집으로 달렸다. 가는 길 내내 빨간 불이 한 번도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의 바람대로 다행이 집까지 초록불만 받으며 집까지 갈 수 있었다. 이날 마감 택시가 주춤주춤 지나간 곳은 집 근처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유일했다. 신나게 달려와서 인지 골목길의 좌회전, 우회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스친 생각에 잠이 깰 정도로 번뜩했다. 어쩌면 내가 걱정하던 데뷔도, 내 인생도 사실 초록불로 달리고 있는데 골목이 조금 많아서 우회전 중이고, 좌회전 중일수도 있겠다. '이 주춤임이 지나가고 나면 나의 안온한 집에 곧 도착할 수도 있겠다'라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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