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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택시

마감 택시록

by Melodybae 2024. 4. 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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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늘 퇴근한다. 신나서 택시를 잡는데 잘 잡히지 않았다. 한참을 지나 저 멀리서 잡힌 택시. 처음 10분과 달리 기사님은 빠르게 나에게로 와 주셨다. 뭔가 일찍 집에 가고 싶었던 마음 때문인지 빨리 오는 택시 기사님이 마치 백마 탄 왕자님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 난 공주..? 이런 미친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 극강의 SJT인데 진짜 힘든가 보다.

 

택시에 승차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기사님의 목소리는 한층 UP 돼 있었다.

"아니 아무도 택시를 안 잡나? 6.7km 달려서 태워요. 택시 많은데" 처음 보는 반응에 그저 웃으며 택시용 인사를 건넸다.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님은 신나는 음악을 틀고 경쾌하고 말씀하셨다 "예예~ 가봅시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이야기하는 기사님의 "예예"는 마치 노래를 하는 것 같기도 했고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뭔지 모를 기사님의 신남이 전이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의 감정도 전이되는데,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감정은 나에게 얼마나 전이가 될까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찬찬히 복기했다. 원래 잘 때 하는 버릇인데 요즘은 가자마자 뻗어서 택시에서 하긴 한다.

 

오늘도 일을 하며 누군가와 싸웠고 날선 말들을 많이 건넸다. 고슴도치처럼 나에게 오는 모든 것을 걷어냈다. 나에게 득이 되지 않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쳐냈다. 그리고 전제조건 마냥 꼭 뒤에 그런 말을 붙였다. "저 요즘 못됐죠? 근데 제가 지금 여유가 없어서, 활동 주만 끝나면 괜찮아져 볼게요" 근데 사실 의문이 든다. 나 진짜 괜찮아 지나? 나 정말 돌아오나? 아니 돌아갈 내 모습이 있나? 이게 원래 내 모습인가?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요즘 나를 다시 괴롭힌다.

 

요즘 회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때문이겠지만, 자존감과 자기애 빼면 시체라고 할 정도로 나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살던 사람인데 요즘은 나에 대한 작은 확신조차 하기 힘들다. 뭔가를 잘한다, 할 줄 안다고 하는 것도 사치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그러면서 뭐 조금 알면 아는 척하려는 모습도 가식 같고 어쩔 때는 가증스러워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너 뭐 하냐?"라고. 이게 아닌 게 알면서도 그런 모습이 반복되는 나에게 묻고 싶다.

 

"너 진짜 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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