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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빌려 읽은 책

by Melodybae 2025. 4. 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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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해서 독서 모임의 팀장을 맡고 있는 박군에게 빌린 책. 박군은 독서모임 엠티 레크리에이션까지도 읽었던 책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지독한 책벌레다. 서로를 소개하고 알아가는 아이스브레이킹의 요소를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라는 책을 기준으로 질문을 만들었다고 했다. 처음 제목을 듣고 약간의 거북함이 올라왔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과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어떤 책이 먼저 출간된 지는 모르지만 한창 무례한 사람들을 상대하던 시절 공감하며 읽어서 좋아하는 책이었는데, 왠지 내용도 흐름도 비슷할 것만 같은 이 책을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박군이 책 내용을 잘 정리해서 만든 질문 때문일까?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동안 저 책은 어떤 책인데 저런 질문이 나오지 생각됐다. 그렇게 홀린듯 박군에게 책을 빌렸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 한 거야'. 내가 이 제목에 예민했던 걸까? 잘못 떨어 뜨려서 굴러가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한 장 한 장 읽으며 예민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인덱스를 계속 붙이는 나를  헛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라기보다 오랜 시간 상처받아 온 마음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는 따뜻한 편지 같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 하나의 사건을 연결해서 깊게 생각하는 마음들. 섬세함과 연결돼 있는 장점일 수 있는 감성들이 "예민하다" "복잡하다"라는 언어로 해석한 누군가들에게 공격받지는 않았는지, 공격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다른 사람이지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책. 네 잘못이 아니라 네 방식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책. 저자는 나와 같은 사람도 많다고 그냥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뿐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그냥 대놓고 "제가 좀 특이해요" "제가 좀 별나요"라고 이야기할 때가 많다. 내가 그런 사람인지 잘 아니까. 그리고 내가 특이한 게 좋으니까. 누가 보기에는 예민할 수 있는 '나'지만 "어떡해, 이게 나인데."라고 이야기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를 이렇게 인정하는데도 소개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의 섬세함이 예민함이 누군가에는 소심함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더 숨기고 살아온 시간도 있다. 그렇게 상처받았지만 상처받지 않은 척 지낸 시간을 지나 지금의 단단한 나로 완성됐다.

이 책의 언어로 이야기한다면 '좋은 사람'을 굉장히 잘하게 된 사람으로 바뀐 것 같다. 감정의 조절을 못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르게 느끼는 간극의 차에서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약간의 간극만 극복하면 서로 괜찮으니까 이해하며 살 수 있으니까. 나를 고치기보다는 상대방과의 거리와 유대를 조율하고 보호한 것뿐이고,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나를 마모시키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뿐이다.

저자는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심리학서 어디에나 쓸 수 있는 말 같지만 이 책에서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나의 기준을 지켜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주 돌직구지만 세련된 말들로. 완전 내 스타일.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과 심리를 분석해서 작성한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무례한 거야". 읽다 보면 '내가 그러고 있지 않나' 콕콕 찔리기도 하면서, '나한테 누군가 이러고 있었어!'라고 깨달으며 조금 더 나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조금 더 나은 나를 위해 오늘도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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