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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택시

마감 택시록

by Melodybae 2024. 3. 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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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택시, ‘마감 택시록’의 시초다.

 

늘 그렇듯 야근을 했다. 27일은 그래도 조금 일찍 퇴근한 편이다. 새벽 3시 10분. 사실 3시 정도 퇴근하려고 일어났는데, 앞자리에 앉은 동료가 퇴근하냐며 마지막으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며 질문을 쏟아 냈다. 원래라면 쿨하게 패스했겠지만 '입사한 지 15일 차인 분이 벌써 11층의 셔터맨으로 입봉 하다니' 싶은 안타까운 마음에 선의를 베풀기로 했다. 질문 정도야.

 

내 생각보다 답변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질문을 여러개 쏟아 내는 바람에 꽤 가까운 거리에서 잡혔던 택시 기사님이 본의 아니게 오래 기다리게 됐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모든 질문을 클리어하고 후다닥 내려간 1층.

 

타자마자 너무 죄송한 마음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기사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기사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제 택시를 타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기사님의 기습 감사에 머리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러고 기사님이 한 마디 더 붙이셨다. "이 시간에 조금 기다리는 게 어때요. 왔는데 취소 안 해주신 게 감사하지'. 기사님의 인사 덕분에 다시금 느꼈다. 어떤 상황에도 감사할 수 있는 게 이래서 중요하구나. 감사는 말하는 이가 느끼는 감정의 선택이구나.

 

처음 택시를 타면서 '죄송하다'가 아닌 '감사합니다'를 선택한 이유는 언어 습관을 바꿔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며 하루 수십번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진심 없는 '감사합니다'를 남발하는 직업이라 일이 아닌 나의 일상에서는 진심을 담은 언어들을 쓰고 싶었다. 죄송함을 담은 감사는 상대방도 느낀다. 그 마음을 담아 전한 감사를, 기사님이 또 다른 감사로 돌려주셨다. 진심과 좋은 마음이 닿으면 좋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나도 앞으로 기사님처럼 누군가에 위로가 닿는 좋은 마음을 길러야겠다. 주변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질 수 있도록.

 

오늘은 기사님 덕분에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겠다.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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